해외여행/이집트

이집트 룩소르 하트셉수트의 장제전 후기 생각보다는 심심한 맛

H-_- 2025. 5. 17. 01:08

룩소르 장제전을 실제로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걸 사람이 지었다고?’였다.
드넓은 벌판 위에 거대한 석조 건물이 떡 하니 세워져 있는데, 그 자체로 이미 ‘웅장함’이라는 단어를 체감하게 만든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하트셉수트 장제전의 신비로움과 웅장함은 입구 전경에서 끝이었다...

입구부터 하트셉수트의 장제전까지 걸어도 되지만... 골프카 이용 추천

입구에서 장제전까지는 걸어서 5분 정도.
거리만 보면 굳이 탈 필요가 없지만,
룩소르의 태양은 ‘걸을 수 있는 거리’라는 개념을 무력화시킨다.
때문에
나도 당연히 왕복 20파운드의 골프카를 이용했고
그늘 하나 없는 길을 걷는 건 이집트 여행 중 정말 미련한 행위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스핑크스가 만든 작은 그늘에 쉬는 개들

계단 위에서 룩소르가 펼쳐지고 그 순간만큼은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장제전 올라가는 길에는 계단이 꽤 있다.
무더위 속에 씩씩거리며 올라갔는데, 뒤돌아보는 순간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졌다.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는 룩소르의 전경은 바람 한 점 없는 날씨 속에서도 잠시 숨통을 틔워줬다.

미리 말하지만 솔직히 장제전 내부보다는 이 '전망 포인트'가 더 기억에 남는다.

널리고 널린 게 유물이라더니 어마어마한 양의 방치된 유물들

장제전 옆쪽에는 복원되지 않은 유물들이 바닥에 널려 있다.
그 수가 어마어마해서 ‘이 정도면 박물관이 따로 필요 없겠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게 계속 나오는 나라라니’라는 부러움도 들고,
한편으론 ‘이거 복원은 언제 다 하지?’ 싶은 걱정도 생겼다.

정돈되지 않은 그 풍경이 이상하게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관광객보다 유물이 더 많은 공간이라는 게 꽤 신선했다

장제전 내부 문외한 눈에는 실망스러웠다.. 왕가의 계곡을 본 이후라면 더더욱

나는 장제전에 가기 전에 이미 왕가의 계곡을 다녀왔는데, 솔직히 순서를 바꿀 걸 그랬다.
왕가의 계곡이 워낙 인상 깊다 보니, 장제전은 상대적으로 밋밋하게 느껴졌다.

장제전 내부는 복원이 덜 된 구역도 많고, 딱히 볼만한 조각이나 벽화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전공자나 고고학자라면 다르게 느꼈겠지만, 내 눈에는 그냥 돌 건물일 뿐이었다.
물론, 유서 깊은 유적임은 인정하지만
일반 여행자의 입장에서는 ‘기대만큼은 아니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장제전 뒤편, 이질적이고 낯선 모래 절벽이 더 인상적이다

건물 뒤편에는 모래 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데, 이게 참 묘하다.
자연과 유적이 공존한다는 말은 흔하지만, 이 정도로 ‘경계 없이’ 섞여 있는 건 처음 본 것 같다.

한참을 바라봤다. 건축물보다 이 절벽 풍경이 더 이국적이고, 더 이집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 장제전은 꽤나 지루하다.


1. 왕가의 계곡을 먼저 보면, 장제전은 심심하다

2. 날씨가 덥기 때문에 골프카 이용이 체력 세이브의 핵심

3. 장제전 본체보다 주변 풍경이 더 인상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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