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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슬리핑기차] 카이로에서 룩소르 가는 법, 왜 나는 비행기를 탔을까

H-_- 2025. 5. 26. 22:44

이집트 여행을 계획할 때 카이로에서 룩소르까지 이동하는 방법을 검색해보면, 가장 먼저 나오는 게 ‘슬리핑기차’다.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선 낭만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나도 그 분위기에 끌려 기차를 타볼까 싶어 카이로 기차역을 찾아갔다.

Ramsis station · Al Azbakeya, 알 카히라

www.google.com


카이로 기차역은 나일강 기준 동쪽, 즉 시내 쪽에 위치하고 있다.
피라미드 근처 숙소에 머문다면 꽤 이동거리가 있다. 교통체증까지 감안하면 시간 여유를 넉넉히 잡는 게 좋다.

람세스 기차역 밖 전경

기차역에 도착하니 2층에는 로컬 전용 매표소가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은 이곳에서 표를 살 수 없었다. 직원들이 알려준 대로 기차역 광장을 지나야 관광객 전용 매표소가 나온다.

외국인 전용 매표소, 그리고 충격적인 가격

매표소에 도착해 예상은 어느 정도 했지만, 실제로 마주한 가격은 꽤 충격적이었다.
외국인 기준으로 슬리핑기차 가장 저렴한 등급 티켓이 50달러였다.

이집트에서 50달러면 현지 물가 기준으론 굉장히 큰돈이다.
로컬 사람들은 이보다 훨씬 저렴한 금액으로 이용할 텐데,
관광객이라는 이유로 몇 배나 더 지불해야 하는 구조였다.

람세스 기차역 내부 광장 조명1

지나가는 길에 본 람시스 기차역 내부 광장이 꽤 인상적이었다.
조명이 주기적으로 바뀌며,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여행자라면 잠깐이라도 멈춰서서 감상해볼 만하다.

람세스 기차역 내부 광장 조명2

경험자라면 알 수 있는 슬리핑기차의 현실


사실 슬리핑기차를 한 번도 안 타봤다면 "그래도 한 번쯤은 낭만이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역시 그랬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미 슬리핑기차를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그 불편함과 피로감, 그리고 한밤중에 시끄럽고 어두운 기차 안에서 뒤척이며 보내야 하는 시간을.

그렇기에, 내겐 이 50달러라는 금액이 더욱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곧장 비행기와 버스 등 다른 이동 수단을 알아봤다.

람세스 기차역 기차 탑승하는 곳 꽤 비슷비슷한 외관이다.

같은 날짜, 아스완행 비행기 가격은?

우리가 예정했던 날 기준으로 살펴보니,
룩소르보다 더 멀리 있는 아스완까지 가는 비행기 티켓이 6~7만 원대였다.

다시 말해,

1. 10시간 넘게 기차에서 몸을 구기고 피곤함에 시달리며 돈까지 더 쓰기

2. 2시간 이내로 편안하게 날아가고, 체력까지 아끼기


이 둘 중 무엇을 고를지는 명확했다

낭만? 글쎄, 돈낭비에 가깝다


배낭여행이든 장기여행이든 결국 중요한 건 ‘에너지 관리’다.
특히 이집트처럼 더운 나라에선 체력 소모가 빠르기 때문에
이동수단 하나하나가 여행 전체 컨디션을 좌우하게 된다.

그래서 비행기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50달러가 아깝다기보다, 그 고생을 하지 않은 덕분에
다음 일정도 훨씬 여유롭고 쾌적하게 보낼 수 있었다.

이집트에서의 낭만, 그보다 중요한 건 내 컨디션과 시간이다.
여행의 본질은 체험이지, 무조건적인 인내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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